여성주의 사주명리

<어느 쇼윈도우 부부가 사는 법 Feat.관성다자>

릴리스님 2024. 10. 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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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종종 아내를 죽이고 싶다고 말했다. 외출한 아내가 늦은 시간까지 들어오지 않는 날이면 혹시나 교통사고라도 당한 것이 아닐까 설레이는 기대를 하며 산지가 10년이 넘었다고도 했다. 몇 번쯤은 직접 계획을 짜서 죽여버릴까 하는 생각도 한 적이 있지만 그건 너무 리스크가 크니 그저 아내에게 하루 빨리 무슨 일이 생겨서 자신을 떠나기를 바란다고 그랬다.

 

하지만 관성다자인 그는 대외적으로는 성공적인 가정생활을 꾸려나가고 있는 척을 한다. 외롭고 불행한 결혼생활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척, 또 가족부양과 집안에서 연기에 가까운 감정노동이라는 두 가지 의무를 해내고 있으니 자신은 완벽하고 좋은 가장이라는 프레임으로 매일 자위한다. 그리고는 돌아서서 내게 묻는다. 혹시라도 아내가 바람이 나서 먼저 이혼을 하자고 하거나 돌연사로 자신을 떠날 운이 있는지. 남 앞에서 괜찮은 척이나 말던지, 때때로 나는 그의 비겁함과 가식에 일말의 역겨움마저 느끼곤 했다.

 

'아내와는 대화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내세워 남자는 가끔 바람을 피웠고, 다른 여자랑 잘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모임이나 자리는 열심히 쫓아다녔다. 그러면서 자신이 아내를 섹스리스로 벌주고 있고, 순진하고 고지식한 아내는 절대로 딴짓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그래, 흔히 많은 한국남성들이 저지르는 착각이다. 가족을 부양한다는 이유로 자신에게는 외도할 권리가 있고, 아내에게는 없으며 그럴 리도 없다고 믿는. 그래야 형식뿐인 부부관계여도 부양해 줄 이유가 성립하니 결국 자기보호를 위한 정신승리. 내가 그의 아내의 사주팔자와 대운을 보고 이 사람은 30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분명 다른 남자를 만났을 거라고 말했을 때 그는 강하게 부인했다. 웃음이 났다. 결혼할 때보다 더 강력한 연애운이 들어왔는데 그럴리가 ㅎ 나는 그의 아내가 그 시기에 적어도 한 번 혹은 두 번쯤의 연애를 했을 거라는데 내 역술인으로서의 목숨을 걸겠다.

 

소심하고 찌질한 남자는 아내가 먼저 이혼을 말해주길 원하지만 그의 아내는 절대로 그러지 않을 것이다. 두 사람 모두 공통적으로 신약하고, 방식은 다르지만 속으로 쌓아두는 타입이며, 타인의 시선을 많이 신경쓰는데다 사주에는 음간만 중중하다. 한마디로 소시민적이고 그릇이 작은 인물들이라 서로 눈치만 볼 뿐 큰 변화를 위해 대차게 저지를 사람이 없다. 게다가 이들의 궁합을 보면 여자는 배우자궁이 깨져있음에도 드물게 배우자로부터 이득을 보는 운명차트를 가졌고, 비겁다자+무관사주 조합으로 쓸데없는 자존심이 세고 자기가 원하는대로만 하고 싶어한다. 남자의 운명차트는 연인 및 배우자와 흉각으로 만나서 애증관계만 쌓는 구조인데, 결정적으로 아내보다도 그릇이 작으니 속으로는 살해하고 싶을 정도로 증오하면서도 결국 본인이 희생하고 맞추게 되어있다. 게다가 앞으로 10년 정도의 운세 또한 여자는 받아먹는 운으로 흐르고, 남자는 책임감에 시달리는 운으로 가니 두 사람은 노년까지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혼하면 이혼하겠냐, 언제 하겠냐 같은 질문에는 바로 이렇게 간접적 해석으로 답변이 가능하다.) 가까운 세운에서 이혼을 기대해 볼만한 변수가 한 해 있긴 하지만 글쎄, 그 단 1년의 시기가 지나가면 둘 중 한 사람이 죽어서 헤어지지 않는 이상 서로에게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

 

참 재미있는 건 이렇게 공허하고도 긴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와중에 남자가 믿고 있는 허황된 꿈이다. 아내는 자신의 운명의 짝이 아니고, 자기는 결혼을 잘못했다고 내 앞에서 말하기에 차트의 구조나 여러모로 조건을 볼 때 서로가 서로에게 맞는 짝이라고 말해주었더니 말 함부로 하지 말라며 화를 냈다. 당연히 자주 목격하는 행태지만 인간이 이렇게나 어리석고 눈 먼 존재다. 이미 그 상태로 수십년을 살았는데도 이번 생의 결혼운이 좋지 않다는 것 하나조차 인정하기를 싫어한다. 그렇다고 본인이 주도해 지금의 관계를 버리고 더 잘 맞는 새로운 관계를 선택할 용기도 없으면서 말이다. 이혼에 있어서만큼은 혐오스러우리만치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는 그는 아내가 요절한 뒤 노년에 진정한 운명의 짝을 만나는 장미빛 꿈이라도 꾸는 걸까? 아니면 역술인이 상대하는 가장 수준 낮은 손님들-그러니까 자기는 감나무 밑에서 감이 떨어지길 입벌리고 기다리는 자세로 있으면서-처럼 '얌전히 기다리다보면 몇 년도 쯤에는 네 아내가 알아서 바람피우고 다른 사랑찾아 떠난다고 너한테 차분하게 꺼져달라고 할거야' 뭐 이런 멘트를 기대했던 걸까.

 

이 이야기는 내담자의 케이스도, 비용을 받고 한 상담도 아니다. 그렇기에 내가 말할 수 있는, 가까운 곳에서 목격한 어떤 결혼생활의 광경이다. 나는 이 정식 상담 아닌 상담을 하며 역술인의 시각에서 또 여성의 시각에서 이 남성을 바라보았고, 남자가 인식하는 아내와의 관계가 얼마나 동상이몽인지를 파악하게 되었다. 대개 그렇지만 남자는, 특히 역지사지를 죽어라 못하는 한남은 자기 입장에서만 사태를 바라보고 여성의 입장에서는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여자들은 남자라는 동물이 상상하는 이상으로 촉이 발달되어 있어서 아무리 잘 숨겨도 (정말 둔감의 극치가 아닌 이상)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걸 오래 모를 수가 없다. 그 대처방식 또한 남성이 예상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남편의 외도를 한번 알게 됐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바로 이혼할 작정으로 가루를 내거나 정반대로 계획적으로 고소를 하는 여자는 매우 드물다. 특히 경제력이 부족한 여성일수록, 그리고 그 시점에서 자신이 남편보다 더 나은 다른 남자를 만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이 되는 여성일수록 생존에 대한 걱정을 먼저 하기 때문에 이혼을 원하기보단 우회적이고 치밀한 방식으로 복수할 방법이나 해결책을 찾는다. 

 

가령 외도하는 걸 알면서도 선을 넘나 안넘나 두고 보며 방치하다가 어느 날 넌지시 경고 메세지를 던진던지, 맞벌이를 하다가 몸이 안좋아졌다고 핑계를 대면서 일부러 일을 그만둬 남편이 더이상 바람을 피울 수 없도록 경제적으로 압박을 가한다던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내가 아는 어떤 역술인 선생님의 단골 고객은 남편이 내연녀를 만나러 가는 날이면 일부러 아침에 정성스럽게 출근 준비를 도와주면서 단추를 반쯤 잘라버린다던지 중요한 서류를 가방에서 훔쳐 없애버린다던지 하는 식으로-그 여자를 만나는 날마다 재수가 없는 일이 벌어진다는 인식을 심어주어- 싸움 한번 없이 조용히 관계를 정리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수동공격성을 소름끼치게 싫어하는 나는 이런 행동들에 대해서 현명함이라고 포장해주고 싶지는 않다. 다만 그들은 약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고, 이런 여자들이야 말로 감정에 좌우되기 보다는 지극히 현실적으로 자기 일신의 안위를 위한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이가 좋지 않은 아내가 자신을 왜 keep하고 있는지 모르겠는 남자들은 본인이 가족의 ATM이란 것 하나만 알면 된다. 썩 마음에 들지 않아도, 심지어 꽤 낡고 흉물스러워졌어도 거실에 있는 ATM을 내다버릴 나이든 여자는 많지 않다고 들었다. 속으론 뭐라고 생각하건 형식적인 남편으로서의 의무는 다 하고 있으니 여자 입장에선 중장년 이후에 이혼녀가 되어 생계 전선으로 내몰릴 바에야 경비 겸 포터이자 보험으로 수컷 하나 끼고 있는 쪽이 상대적 이득이므로. 하지만 이처럼 역지사지도 못하고,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그는 아내가 자신의 외도 사실을 알면 행여 복수할까봐 덜덜 떨고 있었다. 그 모습이 한심하고 딱해서 타로점을 읽어보니 오히려 가정의 울타리를 지키려고 아득바득 애쓰는 주체는 그이고, 아내는 그에게 관심조차 없었다. 가급적 안보고 싶고, 너랑 대화하거나 엮이면 피곤하니까 각방쓰는 지금이 딱 편하고 좋다고 나왔다. 결국 이혼을 간절히 원하는 것도, 바람을 피우면서 들킬까봐 전전긍긍하는 것도, 동시에 이중적으로 (겉으로 보기엔) 화목한 가정을 유지하려 애쓰는 것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아내의 외도나 돌연사를 망상하는 것도, 그리고 그 모든 것들에 대하여 지독한 자기연민에 빠져있는 것까지 전부 다 그 혼자만의 망상에 불과했다.

 

사주와 격국은 사이언스고, 관성다자의 세계란 참으로 대단하지 않은가? 식상다자인 나는 '행복하지 않은 걸 견디기 어려워서' 싫어진 사람과 한 집에 단 며칠도 같이 살기 싫지만, 재성다자인 동생들에게 물으면 만장일치로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내 돈 쓰는게 아까워서' 절대 못하겠다고 답한다(ㅋㅋㅋ). 그러니 빛좋은 개살구같은 쇼윈도우 부부라는 것은 전형적인 관성다자의 산물인듯 하다. 나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남성이 절대로 진실하게 행복해질 수 없을 거라고 확신하는데, 많은 관성이라는 좁디 좁은 자신의 한계 안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틀을 깨지 못하면 죽을 때까지 아니 죽어서도 그렇게 사는 거지, 별 수 있나. 우물 안 개구리의 미래는 우물 안 사체일 뿐.

 

십성의 발달 구조마다 장단점이 다 있지만 (위와 같은 이유에서) 역술인의 페르소나를 벗은 개인으로서의 나는 솔직하고 행복한 식상생재를 좋아한다. 물론 이 또한 내가 무관성+식상다자의 조합을 가졌기 때문에 하는 말일 것이다. 나 역시 태생적 한계로 인해 나와 정반대 되는 구조를 마음으로는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치우친 십성은 양날의 검과도 같다. 식상과 관성이 특히 그러한데, 관성다자가 타인의 귀감이 되는 경우는 강한 책임감과 능숙한 처세술을 보여줄 때다. 하지만 선을 넘어 서열질과 잘난 척이 되면 도리어 없어보이면서 비호감/비웃음거리로 전락하게 되고, 다른 사주 구조에 비해 위선과 이중성이라는 단어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가장 높으니 무엇보다 허세와 거짓된 삶을 경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솔직함이 필요하다. 나는 '솔직함'이란 단어가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언행이나 자신의 염치없는 행동을 변명하는 방패가 아니라 느끼고 원하는 바를 꾸밈없이 말할 수 있을 때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원하는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진정으로 노력할 때 입에 담을 수 있는 말이라 생각한다. 진짜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자신에게, 또 가까운 이들에게 얼마나 솔직한 사람인가? 그리고 당신의 진심은 어디에 있는가? 내가 관다들에게 한번쯤 던지고 싶은 질문들이다. 행복의 집은 몸이 있는 곳이 아니라 마음이 향하는 곳에 있다.

 

 

- 2024.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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