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과 건강관리의 가장 큰 적은 꾸준함과의 싸움일 것이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지. 인간이 머리로는 왜 하루에 일정 시간 이상의 걷기를 해야 하고, 정기적인 운동이 필요한지 또 그것의 효과는 무엇인지까지 잘 알아도 유지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 게다가 한국은 팔색조같은 계절에 날씨까지 익스트림해서 인간의 의지를 방해하기 좋은 극한의 조건을 다 갖췄다.
그리하여 본래 선천적인 신체능력이 좋지 않고, 노력한다고 해서 드라마틱하게 좋아진 경험도 없는 내 경우에는 피지컬에 동기부여 자체가 잘 안되는 상황이라 매일 30분에서 1시간의 걷기조차 쉽지가 않았다. 그러다 지난 여름부터 스스로를 위해 고안해 낸 방법이 하나 있으니... 이것은 거의 영혼을 분리해서 내가 허공에서 나라는 인간을 내려다보며 '얘는 이렇게 조종해야만 매일 움직이겠구나'라고 판단을 내린 건데... 내가 (결실을 얻을 가능성이 높은) 목적이 없이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 金일간에 극T라는 점을 고려해 바로 결과가 주어지는 목표를 설정한 것이다.
건강해지기 위해 억지로 걷는다 -> 언제, 얼마나 건강해질지 알 수 없으므로 보상이 불확실하고, 무기한 장기적인 목표가 된다. 동력이 잘 유지되지 않는다.
어딘가에 뭘 사러/하러간다-> 매우 단기적인 목표이며 보상이 빠르다. 체력에 무리가 되지 않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가장 먼 지점에 위치한 편의점을 고른다. 근처에 벤치나 공원까지 있으면 베스트. 매일 그 편의점에 가서 동전으로 긁는 복권을 산다. 또 1~2주에 한번은 알라딘에서 책 배송을 일부러 그 편의점으로 시켜서 받으러 간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복권을 사거나 책을 수령하러 가는 것이지 건강을 위해 억지로 걷는 것이 아니게 된다. 간 김에 음료수를 사마시거나 공원에서 고양이들하고 놀다가 잠시 스트레칭하고 오기도 하고, 사람이 없는 시간대에는 조깅을 하고, 여튼 복권을 긁으러 갔다오면 무조건 30분에서 50분쯤은 걷고 뛰게 된다.
분명 스크루지같은 사람은 그냥 동네 나가서 좀 걸으면 되는데, 그것도 못해서 이렇게까지 하냐고 타박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세상에는 이 정도 귀차니즘을 장착한 약골도 있다는 말씀. 그리고 안하는 것보다는 분명 낫기 때문에 노년기에 들어갈 병원비에 견주면 매일 산책하는데 천 원 정도 쓰는 게 그리 아까워할 일도 아니다. (분명 그 편의점 알바는 나를 횡재수에 미친 여자로 오해하고 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한국인의 인생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일들이 그러하듯 이것도 과정보다는 결과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므로.
정신의 문제든, 체력의 문제든, 마음의 문제든 의지가 박약한 데에는 이유가 있기 때문에 그걸 제거하지 못한다면 우회적인 방법으로라도 지속할 수 있게 자신을 도와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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