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무관사주(또는 상관격이나 상관견관 사주)를 가진 여성들도 역술인으로부터 이 말을 분명 들었을텐데, 오래 전 내가 전직하기 전에 만났던 역술인들도 그랬고 나에게 처음 명리학을 가르쳐준 스승님도 그렇게 말했었다. '웬만한 남자들은 너를 감당하지 못할테니 너보다 훨씬 더 쎈 남자를 만나서 휘어잡혀 살아야 된다'고.
그때는 무슨 뜻인지 몰라서 대꾸도 않고 넘겼다가 역술인이 되고 나서 그게 얼마나 말도 안되는 소리인지를 깨달은 어느 날, 책상에 앉아있다 웃음이 빵 터져나왔다. 명리 공부를 처음 시작한 때로부터 10년간 검증했다. 이론 + 나 자신에 대한 고찰 + 내담자들의 운명에 대한 연구. 결론은 그런 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나와 깊은 대화를 나눴던 무관사주/상관격 상관다자/상관견관 사주를 가진 내담자들 역시 만장일치로 도출한 결론이 "못해먹겠다." 였다.
내가 접한 현실에서는 "더 쎈 놈은 무슨... 만났다가 살인하고 감옥갈 뻔 했는데요." 라는 간증만이 넘쳐났지만 스승님이나 그 외 역술인들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는 알겠다. 구시대의 유물인 그들의 머릿속에는 여성이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것은 절대로 안될 일이며, 짝으로는 본인보다 우월한 남성을 만나야 한다는 두 가지가 아주 공고한 전제로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말은 진리나 FACT가 아니라 안될 것 같은 일에 대한 그들의 두려움에서 발생한 세뇌이자 주입이었을 뿐이었다. 말하기도 지겹지만 참 이상하지, 한국사람들은 여자가 결혼을 안할까봐 또는 못할까봐를 왜 그렇게들 걱정하는걸까? (이쯤 되면 여자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그 여자가 결혼하지 않아서 구제받지 못하는 한남 자의 인생을 걱정하는 것 같다.)
설령 그들의 의도에 악의가 없을지라도 그런 참견과 강요가 미개한 여성학대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사람이 자신의 본성을 억누르고 사는 일 만큼 고통스러운 것도 없는데, 내가 왜 맞지도 않는 옷에 억지로 내 몸을 구겨넣듯 누군가에게 맞추며 살아야 하나? 그것도 자발적으로 수십년간 억압해줄 대상을 찾아가라니 세상에 그만한 미친 소리도 드물다. (평생 살면서 논리와 말로써 나를 이긴 남자라던지, 알수록 존경스럽다거나 정신적으로 나를 지배할 수 있는 남성을 단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이 몸은 남자가 나보다 쎄면 그건 범죄자가 아니기 어렵다고 보는 입장이다.) 그러므로 성격 쎈 여자한테 '너보다 더 쎈 놈 만나서 잡혀살라'는 조언은 매우 위험하고 틀린 공략법이다. 차라리 만나지 말던지, 만날 거면 말 잘 듣는 착한 남자 만나라고 하는 편이 낫지. 우리가 굳이 그렇게까지 해가며 남자랑 같이 살 이유가 뭐야, 막말로 나쁜 여자는 어디든 가고 뭐든 할 수 있는데.
P.S - 내가 여태껏 본 사주 중에 (만약 개인적으로 만난다면) 이 사람은 무슨 수를 써도 절대 꺾거나 이길 수 없겠다 싶은 남자는 딱 한 명 이었다. 여러분도 다 아는 사람이다. 저기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고, 얼마 전에 귀에 총 맞은.
- 2024.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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