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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사주명리

<팔자대로 살아지는구나 느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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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꽤 된 이야기인데, 내게는 수년간 소셜 모임을 함께한 지인이 있었다. 나와 비슷한 연령대의 여성으로 공통의 관심사가 많아서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여러개의 모임에 함께 참여를 했었다. 나는 모임에 나갈 때 목적이 분명하고 지식과 정보가 많은 사람을 가까이 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드물게 내쪽에서 먼저 친해지길 원했던 인연이기도 했다. 그렇게 반년 정도를 알고 지내다가 우연히 그 언니의 생년월일시를 알게 된 날, 집에 와서 사주팔자와 별자리차트를 열어보았는데…

 

 

 

약간의 충격을 받았었다. 온갖 안좋은 차트란 차트는 다보는 역술인이 보기에도 아주 심각하게 모든 인간관계가 안좋은 운명차트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쉽게 말해 점성술 차트에서는 인간관계 라인에 오직 상태가 나쁜 흉성만 포진한 사람. 내가 처음부터 촉으로 구분하지 못했던 것도 이상한 일이었지만, 그보다 이 정도로 안좋은데 알고 지낸 반년 간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이 어쩐지 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안타깝지만 그때부터 조금씩 거리를 두었다. 이럴 때 직업병에 걸린 역술인의 마음은 차트만 보고 편견의 필터가 씌워져 일단 멀리하자, 라기 보다는 혹시 모를 (그러나 높은 확률로 발생할) 그 사람의 대인관계 흉사에 내가 말려들고 싶지 않은 걱정과 노파심인것 같다. 간만에 자발적으로 친해지고 싶었던 사람의 운명차트가 그 모양이라 나로서도 상당히 유감스러웠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그 언니가 여러모로 나와는 정반대라는 점이었다. 사주의 구성은 신약/상관격/식상다자/무관사주/무비겁 VS 극신강/편인격/인성다자/무식상/비겁다자인 점 때문에 상호보완성으로 서로에게 이끌렸을 것이다. 대인관계에 대해 좀 더 직관적으로 볼 수 있는 점성술의 경우, 나는 7하우스 디센던트에 금성이 착붙한 차트를 가지고 있지만 그분은 그곳에 흉성들만이 흉각으로 보고있고 금성은 좀 애매한 곳에 있다. 인간관계를 관장하는 하우스에 흉성이 몰려있는 것만해도 피곤한 일인데, 우정이든 사랑이든 당사자의 환대하는 능력이나 인기 및 사람으로 인한 즐거움과 길사는 금성이 관장하기 때문에 이런 경우엔 이중으로 대인관계가 불리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언니는 지나치게 건강한 모쏠이었다. 그 사람의 차트를 살펴볼수록 참 이렇게까지 상반된 구조인 사람과 만나지는 일도 흔치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도적으로 조금씩 멀어져 완전히 멀어지는데 성공하고, 그로부터 1년 뒤. 그 언니에게 벌어진 일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함께 참석했던 모든 모임에서 나빼고 모든 사람들과 싸움/그래서 자신이 탈퇴함/또는 추방당함/모임에서 만나 자신이 고백했던 남자에게 거절당함. 너무 예상한 시나리오대로 흘러가서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그 사이 나는... 내 패턴대로 일이 바빠서 점점 못나가다가/결국 아파서 하나씩 그만두고/모임마다 내게 고백한 사람들이 두세명씩 생겼고/그 언니가 고백한 남자도 내게 고백했고......뭐, 그랬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 사람보다 낫다고 느끼냐고? 아니, 나도 나대로 졸라 피곤하다. 그리고 때로는 꽤 불행했다. 제일 좋은 건 가급적 튀지 않고, 성애의 대상으로 지나치게 어필되지 않으며, 대부분의 사람들과 원만하게 지내는 삶이다. 그 언니는 어딜가나 본인이 싸움을 만들어서 문제고 그래서 미움을 받았지만, 나는 평생을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관심과 치정사건에 휘말리는 삶을 살아왔다. 그것 역시 사람들로부터 미움을 받는다. 때로는 더 크고 강렬한 미움을 말이다. (거의 네다섯살 때부터 그랬으니 벌써 그 세월이 얼마인가.)

 

연인이 되길 거절하면 그때부터 나를 대놓고 불편하게 대하는 찌질한 놈들이 오조오억명이고, 친구도 안하겠다고 돌아서는 인간들이 나머지 오조오억명이며, 까인 즉시 모임을 탈퇴하는 개복치도 있고, 좀 만나다 별로인것 같아서 그만보자 하면 자살하겠다고 하는 한남들도 있었고,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가 나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나를 일방적으로 미워하는 여자들도 생겨나고 등등... 이 모든 것이 금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흉사가 아니면 무엇이겠나. (끝까지 잘 숨겼지만 만약 그 언니가 좋아했던 남자가 내게 고백한 사실을 알았다면 분명 그 언니도 나를 미워했을 것 같다.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이런 식으로 적이 자동생성 되는 시스템 속에 놓여 있다.) 심지어 아주 어린 시절에는 일부 어른들, 조부모나 선생님들이 나를 편애한다는 이유로 사촌들이나 동급생들로부터 받은 미움의 총량이 적지 않았다. 그러니까 앵글에 위치한 길성이라고 해서 절대로 좋은 것만 주지는 않는다. 진짜로, 세상에 공짜는 없다.

 

피곤함을 최대한 줄이고 싶었던 나는 그 언니와 함께했던 모임들을 전부 떠났고, 이제는 몇 년째 소식조차 들려오지 않는 사이가 됐지만 마지막으로 Status를 확인한 시점에서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나는 간절하게 인간의 자유의지를 높이 사고 싶은 역술인인데도, (그 사람과 나의 운명차트만 대조해보아도) 우리는 정말 팔자대로 사는구나.

 

기운빠지는 일이지만 부인할 수도 없다. 이를테면 아무리 개운법을 실천하고, 기도를 하고, 레이키를 하고, 마법을 쓰고, 무슨 짓을 해도 내 인생에 남들만큼 건강해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언제나 바닥에서 유리천장 사이를 오가는 느낌일 뿐. 락슈미가 유일하게 들어주지 않은 내 소원 또한 건강이었다. 정확히는 전혀 들어주지 않았다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수준까지는 들어주지 않았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겠지만. 건강한 삶이 나의 이번 생에서는 조금도 허락되지 않은 것이라면 죽을 때까지 병자의 롤에 충실하게 살다 가야지 어쩌겠나. 그렇게 사는 일이 너무나 지겹고 견디기 어려우면 더 땡겨서 가는 거고.

 

개운법이란 건 말은 참 쉽다. 그 언니도, 나도, 타고난 운명의 굴레로부터 조금이라도 피해를 덜 입으려면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 가지 않으면 된다. 그럼 그쪽은 싸움의 빈도를 줄일 수 있을테고, 나는 아주 많은 여러가지를.. 피할 수 있겠지. 그런데 사람이 어떻게 평생 그러고 살겠나. 사회생활도 안하는 히키코모리가 아닌 이상 필연적으로 엮이고, 부딪히고, 잡음이 발생하고, 다치고, 상처받은 채 살게 되지. 운명학에서 말하는 개운법이 결코 100% 성공할 수 없는 이유도 애초에 인간에게 그게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환경이 허락하지 않거나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개운법은 당연히 불가능에 가깝고 고통스러울 밖에. 타인과의 갈등을 피했다 해서 히키코모리를 행복하고 멀쩡한 상태로 볼 수 없는 것처럼.

 

인간이 (여전히)(혼자있는 상태를 사형선고와 비슷하게 받아들이는 뇌를 가진) 사회적 동물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운명학자는 그 누구보다 인간관계가 불리한 차트를 가진 사람을 가장 가엾게 여겨야 하는 것 같다.

 

 

-  2024.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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