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제 상황인 동시에 내담자들 중에도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분들이 있어서 한번쯤 글로 정리해 남겨보려 합니다. 작년인 경자년에 이어 올해 신축년까지 운의 최대 피해자는 저와 같은 金(특히 경금)일간이면서 겨울에 출생했고 사주에 水오행이 발달한 조건을 갖춘 사람이 됩니다. 이전에 썼던 명리글에 비해 다분히 개인적인 글이 될 수도 있겠네요. 경금,정화,기토 일간에 겨울생 금수다자면 조금씩 해당사항이 있을 겁니다.
명리는 밸런스를 맞추는 것을 이상적인 상태로 보기 때문에 어떤 오행이든 부족하거나 과하면 트러블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지만 저는 다른 오행보다 수오행이 과한 경우를 가장 안좋게 봅니다. 제가 해당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사실이 그렇다는 걸 아래 내용을 다 읽고나면 이해하게 되실겁니다.
기신운이란 나의 사주에서 과한 오행이 더 강해지면서 문제를 일으키는 구조가 부각되는 시기입니다. 속된 말로는 '재수가 없다'는 표현에 해당하는 운이 나쁜 시기죠. 오래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수 오행이 과다한 사주를 가진 탓에 수기운이 강해지는 亥子丑년이 여러모로 힘든 시기가 되고, 비슷한 사주구조를 가진 분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겁니다.
기신운에 벌어지는 일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강이 나빠지고, 뭘 선택해도 그 결과가 대체로 좋지 않고, 하는 일마다 크고 작은 탈이 나곤 합니다. 아무리 신중하게 결정해도 일이 이상하게 꼬여서 사람을 짜증나게 만들고요, 그런 일이 2~3년 동안 수시로 반복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니 그 운의 끝에 다다르면 사람이 망가질대로 망가져서 멘탈이 정상이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막 살면 더 큰 피해를 입는 건 당연하고요, 기신 운에 입게 되는 피해는 사주상의 밸런스가 무너져있는 정도에 따라 규모가 다릅니다. 유명인들의 자살사건도 예외없이 그들의 기신 운에 벌어집니다.
그러면 수기운이 기신인 사람은 요즘같은 시즌에 어떤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할까요? 일단, 수오행이 과다하면 다른 오행 과다보다 건강상 불리한 면이 아주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우울, 불안, 불면증,공황장애 같은 정신질환에 굉장히 취약하고 육체적으로는 요로계통과 생식기계통 질병이 잘 생깁니다. 여자들에겐 흔히 발생하는게 방광염이나 질염이죠. 게다가 겨울에 출생한 조건까지 갖추게 되면 앞서 나열한 증상들의 나쁜 정도가 더 하고, 나아가 다른 장기들에도 피해를 입힙니다.
아무래도 직격타를 입는 건 시력과 심장과 소장, 혈관계를 관장하는 火오행입니다. 그로 인해 일상적으로도 저혈압, 빈혈, 빈맥이나 서맥, 심장질환에 시달릴 수 있는데, 계절이 추워질수록 악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겨울만 되면 따뜻한 나라로 도망을 갔었죠.) 가만히 있다가도 갑자기 혈압이 엄청나게 떨어져서 쓰러진다거나 자다가도 심장이 막 빨리 뛰어서 놀라 깨기도 하고, 원인모를 부정맥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어쩔 땐 온몸이 뻣뻣해지면서 급작스러운 체온저하로 손발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져서 덜덜 떨리고, 때로는 기운이 전혀 없어서 목소리조차 잘 나오지 않을 때도 있고요. 인간은 온혈동물이기 때문에 이처럼 화기운을 공격하는 사주구조가 특히 건강에 좋지 않을 수 밖에 없답니다. 저는 올해 들어 라섹수술 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시력이 확 나빠진 게 느껴집니다.
고통은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과한 수기운이 금과 토의 기운을 설기시켜서 호흡기(코,기관지,폐)와 대장과 위장을 망가뜨립니다. 말이 쉽지 위장을 대표로 소화기가 망가지면 사실상 건강을 거의 잃게 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람이 잘 먹고 소화를 잘 시켜야 영양분이 몸에 흡수되고, 그 힘으로 집중력도 생기고 몸을 움직이게 되는데.. 수시로 식체나 위무력증에 시달리면 체중이 점점 빠지고 일상적으로 어지러움, 무기력이 찾아와서 누워있는 것 외에는 뭘 할 수가 없게 됩니다. 속이 불편하고 기운이 없으니 자연히 성격도 예민까칠해지고 인내심이나 관대함도 사라지게 됩니다. 만약 그대로 위장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되서 알약도 소화시키지 못하는 상황까지 가게 되면 다른 부위에 병이 생겨도 치료할 길조차 막혀버립니다. 정말 무서운 건 과한 수기운이 면역력까지 저하시킨다는 사실입니다. 몸이 조금만 힘들어도 면역력 저하로 인해 나타나는 잔병들을 우수수 달고 살게 됩니다. 에어콘을 세게 틀어놓은 장소에 두어시간 있다가 오기만 해도 기침하고 몸살이 나서 앓고, 평소와 다르게 살지 않았는데도 계절이나 일진에 따라 갑자기 코나 입안이 전부 다 헐어버리고 눈에 다래끼가 나는 등.. 한마디로 일상이 총체적 난국이죠.
다 써놓고 보니 참으로 구질구질하네요. 위에 열거한 증상들은 제가 작년 12월부터 지금까지 겪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최소 5개월은 더 견뎌야할 운이고요. 그래서 저는 요즘 기본 체력이 좋은 사람이 어디가 부러지거나 뭐가 생겨서 수술하고 금세 회복할 수 있는 상황이 훨씬 낫지, 수다자의 병증은 만성적으로 사람을 허약하고 우울하게 만들어 생의를 빼앗으며 정신적으로 끝없이 지치게 만든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올해 저와 비슷한 증상을 경험하신 분들도 공통적으로 여름 (5~6월)에 잠깐 체력이 올라왔다가 8월부터 서서히 꺾이는 느낌을 받으셨을 겁니다. 그리고 이 운의 피날레는 올해 12월부터 내년 1월 사이에 있으니 아직도 겪어야할 고통이 적잖이 남아있답니다.
마침 오늘 어떤 이의 부고를 들었고, 저와 비슷한 건강상태인 내담자들의 휴직 상담을 했더니 마음이 유독 무겁네요. 이럴 땐 병원에 가서 이런저런 검사를 해도 당연히 (양의학에서는)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하며 증상에 대한 처방만을 받게 됩니다. 언제까지 먹어야 할지, 왜 이런지 알 수 없는 채로 혈압을 높이는 약, 소화제와 위장보호제, 영양주사, 항우울제, 수면제를 복용하게 되죠. 원인에 대해서는 너무 답답해 마시고 본인이 가지고 태어난 사주구조와 운의 효과로 인해 겪게 되는 불운한 상태라고 받아들이시면 좋겠습니다. 운은 시간이 지나면 빠지게 되어 있으니까 영원하지 않다는 것도 기억하시고요. 저도 상담할때는 내담자들에게 이렇게 위로하지만 솔직히 많이 힘듭니다. 제 경우엔 한동안 일만 생각하면서 살아왔는데, 일을 잘 못할 정도로 건강이 나빠지자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겠더라고요.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누구든 정신과 몸이 같이 망가져서 요즘은 제가 저를 봐도 위험해보일 때도 있고. 그나마 내담자들 중에는 저보다 나쁜 분이 아직 없어서 다행이랄까요. 케어받을 수 있고 의지가 되어주는 가족관계가 있는 복받으신 분들은 한동안 쉬면서 가족들로부터 보살핌 받으시길 권합니다. 이런 상태에서 일 욕심을 내다가는 더 큰 일 날 수 있으니 앞으로 반년 정도만 쉬엄쉬엄 가면서 잘 견뎌보시면 좋겠습니다.
- 2021.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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