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로 사주 공부해서 남의 사주를 봐주는 (선무당이 사람잡는) 이들을 좋아하지 않지만 누구든 명리의 기초를 공부해서 본인 사주의 기본 정도는 알고 있는 것이 좋다고 보는 입장이다. 내가 말하는 수준은 운세분석까지는 무리고, 자신의 일간과 일주/많고 적고 없는 오행/격국과 용희신을 아는 정도. 그래야 자신에게 무엇이 이롭고 해로운지, 어떤 행동을 하면 좋고 안하면 좋은지를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명리학을 공부한 이후 가급적이면 일 외의 영역에서는 식상을 안쓰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는데, 천성을 거스르는 것이니 당연히 쉽지가 않다. 식상의 대표적인 활동은 말하기, 글쓰기, 만들기, 일하기, 돈벌기, 몸 움직이기, 성 에너지 사용하기, 임신과 출산, 남의 사정에 참견하기, 타인에게 뭘 해주기, 베풀기 같은 것들이니 명주의 힘을 소진시키는 것들 뿐이다. 따라서 몸이 약할수록 식상을 적게 써야한다. 같은 식상다자여도 인다식다 또는 비다식다로 신강한 사람에게는 이와 같은 활동들이 본인에게도 주변인에게도 도움이 되지만, 대부분은 식다의 구조를 갖추면 신약할 (신체적으로도 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몸은 부실한 똘똘이 내지는 실속없는 오지랍퍼의 구조가 되기 쉽다.
다만 나와 같은 금수식상 다자들은 다른 식상다자들과 차이점이 있다. 같은 식상다자여도 목화/화토/토금/금수 오행에 따라 빠져나가는 모양새가 다른데, 이 중에서 음기가 가장 강한 금수식상다자는 가장 지적이고 사색적이며 말보다는 글로 풀어내는 타입이라 가장 조용하고 덜 나댄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가장 시끄럽고 나대는 우주 최강 오지랍퍼들은 목화 식상다자들이다. 같은 말을 해도 글을 써도 이들은 언변이 더 화려하고, 엄청난 참견쟁이에 자기 주장이 매우 강한 편이다. 그래서 이들은 보고 있으면 진정한 식다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겠다고 작정한 사람들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금수 식상다자나 토금 식상다자들의 구조를 차크라로 접근하면 상위의 6,7차크라에 에너지가 쏠리고 신체의 1,2 차크라는 허하며, 애니어그램에서는 머리형-대표적으로 5유형, 그리고 MBTI로 치면 INT의 성격이다. 그에 반해 목화 식다들은 말이 많고 성급하며, 1~5까지 하부 차크라가 강하고, 애니어그램에서는 행동하는 장형, MBTI에서는 E와 F가 강한 경우가 많다. 이처럼 같은 '식상'이라는 같은 십성의 이름으로 묶이더라도 해당하는 오행에 따라 성격과 발현되는 양상이 크게 다르다. 하지만 그럼에도 공통된 조언은 같다. '네가 신약하면 가급적 쓰지 않는 것이 너에게 이롭다'는 것이다.
식상이 많아 신약하더라도 조후가 잘 맞는 경우에는 식상의 활동이 건강에 큰 위협이 되지 않을 수도 있으나 조후까지 깨져있는 식상다자의 경우엔 완전히 another level이 된다. 하여 조후도 안맞고 신약한 식다인 나의 경우엔 식상을 뺏어가는(=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는데, 혹은 안써도 되는데 굳이 쓰게 만드는) 사람과 상황을 매우 꺼려한다. 기본적으로 방어적인 성격에, small talk 싫어하고, 일상적으로 잠수를 타고, 일을 할 때도 공지를 제대로 읽지 않고 톡으로 하나씩 물어보는 사람을 극혐하는 것이며, 끝도 없는 인정욕구를 뿜어내면서 사소한 것까지 칭찬과 리액션을 받아내려고 들었던 내 구남충같은 유형의 인간을 최대한 멀리하고 싶다. (정말이지 계속 만나다간 기빨려서 조기사망할 것 같았다. 주기 싫다는 나로부터 억지로 식상을 강탈해가는 수준이랄까.) 현 남친을 만나면서 점점 더 마음에 든다고 느꼈던 순간 중 하나도 이것과 연관이 깊다. 만난지 두 달째 쯤 된 어느 날, 그가 갑자기 미소를 지으면서 이런 말을 했다. "보니까 자기는 아무 말 안하면 그게 곧 OK고, 칭찬이야. 맘에 안들거나 문제가 있으면 말을 하는데 아니면 아예 언급을 안하니까. 다 파악하고 적응완료~" 그래, 이런 게 신약한 식상다자를 편하게 해주는 거다. 친구든 가족이든 애인이든 나에게 과하게 뭘 요구하지 않고, 내가 편안하고 행복한 상태면 그걸로 자기도 행복하고 만족하는 그런 사람이 좋다.
식상은 명주가 건강할 때나 즐겁게 쓸 수 있는 것이지, 에너지가 모자라면 그때부터는 당사자의 생명을 갈아서 쓰는 것이 된다. 그러니 병약하고 신약한 식다들은 이점을 반드시 유념하여 자신을 보호하고, 신약한 식상다자랑 연애 중인/결혼한 사람은 상대의 에너지를 최대한 안쓰게 도와줌으로써 참사랑을 실천하길 바란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신약한 식다는 꼭 써야하는 곳에만 에너지를 써야 한다. 잊지 말자.
몇 주 전, 집 앞 횡단보도에서 파란불을 기다리고 있는데 지팡이를 든 시각장애인이 내 옆에 나란히 섰다. 그런데 이 양반이 귀도 안좋은 건지 빨간불인데 건너려고 하길래 놀래서 순간적으로 잡았고, 그 후엔 파란불로 바뀌었는데도 가만히 서있길래 이제 가도 된다고 알려준 뒤 제대로 가긴 하는지 한동안 지켜보고 있었다. 내가 어쩔 수 없는 피곤한 식다임을 다시 한번 실감했던 순간이었다. (이게 고객들을 대하는 내 태도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어떤 식상다자들에게는 이런 일이 보람된 헤프닝으로 지나갈 수도 있는 것이겠지만 이제 노약자가 된 나는 솔직히 이런 일이 내게 안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다. 작년의 아기까치 사건도 그렇고, 내 눈에 안띄었으면 신경 안써도 되는데, 이미 본 이상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귀찮은 일들 말이다. 그래서 식상다자는 아무리 차가워보여봤자 츤데레다.
-2024.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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