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빈정상하는 일이 있었던터라 한동안 일부러 명리 글을 안쓰다가 오랜만에 사주 이야기를 합니다. 정축일주에 대한 이야기인데, 예전부터 한번쯤 풀고 싶었던 내용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방탄소년단 지민이 정축일주이기도 하고, 정축일주는 제 내담자들 중에서도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편이죠.
당사자이면서 온라인에 난무하는 사주풀이 글이나 사주 유투브 좀 보신 분은 정축일주 여자에 대해 좋은 이야기가 별로 없다는 걸 이미 아실겁니다. 대표적으로 관고 운운하면서 흉하다고 하죠. 사실 이것도 속속들이 알고보면 상당히 여성비하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여자 정축일주가 흉한 팔자라고 보는 이유, 제대로 설명해드릴게요. 대신 난이도는 좀 높습니다.
관고 (관성이 지장간으로 입묘했다는 뜻, 그러므로 일지가 土인 경우에만 가능)
기본적으로 관고는 길하지 않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건 제가 아무리 페미니스트 명리학자고, 성차별적인 해석을 박치기로 들이받는 캐릭터라고 해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에요. 입묘했다는 표현은 가감없이 말하자면 무덤에 들어갔다= 어디 땅속에 안보이게 파묻어놨다=즉, 제 구실 못하고 무력하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지지에 토가 많으면 명주 입장에서 이것저것 무력한 대상이 많이 생기게 되므로 러프하게 보자면 좋은 팔자이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사람을 가족으로 둔 사람도 힘들고요. 사주에서 땅속에 파묻어놔서 좋은 건 오직 하나, 재물 뿐이거든요.
직업을 의미하는 관성이 무덤에 들어가있으니 관고사주는 다른 기둥에서 변수가 있지 않는 한 직업이 안정적이지 못하기 쉽습니다. 이 불리함은 여자도, 남자도 똑같습니다. 관고여도 길하게 발현되려면 일반적이지 않은 형태의 직업을 가지나 일종의 편법을 통해 삶의 방식을 바꾸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여자쪽을 더 불리하게 보는 이유는 (아주 지겨워 죽겠지만) 남자를 관성으로 정해놓고 보기 때문이죠.
관고일주는 여러개가 있습니다. 정축만 해당되는게 아니라 예를 들면 기미일주도 관고, 경술일주도 관고입니다. 그리고 지장간은 여기/중기/본기가 있어서 '진정한 관고' 일주가 되려면 중기가 관성이어야 합니다. 정축일주의 지장간은 癸辛己로, 관성 계수는 중기가 아닌 여기에 해당합니다. 오히려 중기가 관성인 기미일주나 경술일주가 찐 관고 일주지요. 그래서 이 관고의 흉함은 그들에게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이 진실입니다. 그들과 비교하면 정축일주는 무늬만 관고인 셈이랄까요.
근데 왜 하필 정축 여자한테 더 뭐라고 하느냐, 그건 바로 일지가 식상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이 남성중심적인 세상이 일지 식상인 여자를 얼마나 증오하는지 알 수가 있습니다. 간여지동인 기미일주나 인성을 일지에 가진 경술일주와는 달리 일지가 식상이면 자기표현에 적극적이기 때문에 정축일주가 무늬만 관고여도 죄목이 하나 더 추가되니 '니가 더 나빠, 넌 남자한테 좋은 짝이 될 수 없어.'라고 판단한 것이죠.
지장간의 중기를 따져 제대로 타이틀을 부여하자면 정축일주에게는 '관고'가 아니라 '재고'가 붙어야 합니다. '재고귀인'이라 불리죠. 재고귀인은 땅속에 재물을 묻어 놓고 있는=재물창고가 있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디폴트값으로 재복을 타고났다는 것이죠. 갑자기 느낌이 확 달라지죠? 물론 이것도 잘 발현되려면 또 다른 조건들이 성립해야 합니다. 그래서 명리학이 어려운 것이고요.
정축일주 여자가 같은 정축일주 남자보다 더 불리한 삶을 산다는 것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그건 정축일주과 관고에 일지식상이라서가 아니라 아직도 세상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니까요. 그럼 남자 정축일주는 결혼생활이 해피하냐? 아니랍니다. (그러니까 정축일주 여자분들은 너무 억울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ㅋ) 거기도 똑같이 관고에 재고인데 아내되는 사람의 상태가 괜찮을 수가 없죠.
- 2021.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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